받아는 봤나? 고양이의 선물?
                                                                                   
                                                                          
                                                                         "아...어떻게 해....!"

  2층에 올라갔다 내려온 동료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2층에...2층에..쥐...쥐가...으아악...!!!"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잽싸게 움켜잡고 후다닥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제법 살집이 있는 건장한 체격의 쥐 한마리가 곱게 누워있었다. 출근 후 2층에서 상쾌한 아침 공기 쐬며 커피 한 잔 하려다 영면하신 쥐를 발견했으니 심장 떨릴 만도 하다.
발견된 곳은 발코니 난간. 지나가다 우연찮게 죽기도 참 힘든 곳이다. 어떻게 하다 여기에 누워있는거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찬찬히 쥐를 살펴보니, 쥐약을 먹거나 기아에 시달리다 죽은 것도 아닌, 뭔가 한 방에 절명한 듯한 모습.

 그렇다면 이것은 고양이의 선물?

                                                   고이 잠드소서~심약한 사람들을 위해 당시 상황 그래픽 처리


  밥을 챙겨주는 집사에게(*주 :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돌보는 사람은 보통 '집사'라고 불린다.) 고양이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한다는 그것. 문제는 그 선물이 대개는 쥐, 새 등 고양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준다는데 있다. 
 드물게 센스있는(?) 고양이는 장물임에 분명한 생선 이나 건어물을 갖다주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이런 경우 주인을 수소문해 돌려주어야 하는 난점과 고양이 교육 똑바로 시키라는 야단을 맞기 딱 좋다.
  
  그러나 자기의 선물이 인간의 마음에 쏙 들거라 생각하는 고양이는 선물을 대놓고 거부하거나, 눈 앞에서 치워버리면

                                                                    먹기 힘들어서 그러나???

하고 다음부터는 깃털이나 털을 다 뽑거나, 생선 손질하듯이 머리를 쏙 떼고 선물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양이의 선물을 받는데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의 고양이도 어디선가 몰래 지켜볼지도 모르지만 모두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단은 처리하는게 급선무! 조금 미안해하며 검정 비닐봉투에 조심조심 잘 쓸어담는다. 
 고양이의 선물 보고 싶은 사람?!! 하고 동료들에게 물어보지만 모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빨리 치우라며 아우성이다. 고양이의 마음이 담긴 첫 선물은 그렇게 종로구 쓰레기 종량제 봉투 속으로 사라져 갔다.


                             <출처> 영화 고양이의 보은 中 _
                                       현실에선 결코 고양이 랜드로 초대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진 않는다.


  재작년부터였던가...엄마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 몇 마리가 재단 주변을 왔다갔다 하더니 제각각 어디론가 독립을 하고 한 마리만 남았다. 재단 주변이 자기 영역인 이 녀석은 어슬렁어슬렁 근처를 배회하기도 하고 2층에 올라와 햇볕도 쬐고 화분 풀도 뜯어먹으며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자꾸 눈에 띄는 이 녀석이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안쓰러워 집에 있는 고양이 사료나 통조림을 가져오기도 하고, 점심을 먹고 남은 음식을 조금씩 주다가 급기야 동료에 함께 대용량 고양이 사료를 주문해서 2인 1조로 본격적으로 끼니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천사같던 아기 때 모습. 지금은 지방질의 거대묘로 변신!
                                                                 넌 누구냐?!!


  출근하자마자 갓 떠온 신선한 정수기 물과 사료를 채워주고, 퇴근할 때 사료가 먹을만큼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제법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그런 우리의 수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주치면 눈 인사는 커녕 쌩 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지나가던 쿨한 고양이가 이렇게 수줍은 듯 선물을 안겨주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그러나 나눔은 받는 사람도 생각하는게 당연한거 아니냐며 재단 식구들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다. 


고양이를 부탁해, 새도 부탁해


                        고양이를 위한 밥과 물 한 그릇,  장마철이라 씻어도 씻어도 물때가 낀다.


무료 급식소가 운영된다는 소문이 가회동 일대에 퍼졌는지 어느날 부터인지 비둘기, 까치, 참새들이 짝을 지어 찾아와 밥그릇을 거덜내어 아침 일찍 채워놓은 사료가 1시간만에 텅 비기 시작했다. 고양이 밥을 뺏는 것도 모자라 시끄럽게 울어대며 사료 그릇을 엎고, 깃털에 새똥까지 투척해놓는 녀석들 때문에 민원이 들어올 새라 주변을 쓸고 정리를 해놓느라 나와 동료는 더 바빠졌다. 아직까지는 다들 잘 참아주고 있지만 언젠가는 당장 밥그릇 치우라고 할까봐 걱정이다. ‘냐옹씨 외 식사 금지’라는 팻말을 붙이거나 허수아비를 세워놓고도 싶지만 어쩌랴 이들도 다 먹고 살아야 하는 생명들인 것을.

                               며칠 전부터 아침 식사 시간이 되면 밥 그릇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냐옹씨.
                              새들에게 몇번이나 밥 그릇을 털린 이후 부쩍 열심이다.


한 달 전에 주문한 7kg짜리 사료가 벌써 바닥을 보인다.
내가 평생 이 고양이의 목숨을, 그리고 모든 길냥이들의 삶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이 작은 생명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에게든 동물에게든, 또 보답이 있든 없든 내 작은 노력과 수고로 누군가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하면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아름다운재단 2층에는 고양이와 새를 위한 작은 무료 급식소가 운영된다.

                           

 
냐옹이 삼촌 기획홍보국정세화 간사
B형이라 의심받는 O형.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아름다운재단에 전격입사했으나 '니가 그런 일을?!'이라며 의심하는 주변인 다수. 기획홍보국에서 신규기획사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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