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경제학

칼럼 2011. 10. 24. 13:55 |


철강왕 카네기, 록펠러, 존 템플턴, 빌게이츠 등 재정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자신의 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성취한 부가 사회 구성원들의 도움과 배려 속에 달성되었음에 감사하며 자발적으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

참 재미있고 비밀스런 사실은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기쁨 못지않게 나눔만큼 물질의 복이 그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초대형 거부들의 삶을 연구한 나폴레옹 힐은 “돈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돈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이를 터득한 사람은 진정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라며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 했다. 그런데 부자들이 행복을 느끼며 기부를 하는 데에는 부수적인 보너스 선물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의 부자들은 돈을 많이 벌면 돈을 좋은 곳에 바르게 선하게 쓸 곳을 찾게 마련이다. 몇 백억의 재산을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쓰고 갈 수도 없고 자녀들에게 충분히 쓸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경우에는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선한 사업을 찾게 되는 것이다. 신문을 읽다보면 가끔씩 수십-수백억을 자선단체 등 선한 사업체에 무상으로 기부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훈훈해질 때가 많다. 공익을 위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세법에서는 공익재단이라고 하여 다양한 절세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200억의 재력가인 김부영씨는 어려서부터 돈을 많이 벌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사업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김씨는 가나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고회계사와 절세에 대한 상담을 하다가 본인의 문화사업에 대한 비젼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문화사업에 기부할 뜻을 비추었다.

“김사장님! 아주 선한 일을 계획하고 계시군요. 요즈음 부유하신 분들이 평생 모은 재산으로 장학재단 등을 설립하고 계십니다. 평소 자신의 꿈을 나눔을 통해 실현할 수 있으니 이보다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네. 참 보람찬 일이지요. 제가 아는 법무사를 통해 재단법인 설립을 하려고 합니다. 제 재산 중 토지와 현금을 출연하려구요!”

“혹시 공익법인에 대한 검토는 해 보셨나요? 세법상 공익법인으로 인정이 되어야지만 절세혜택이 있습니다. 현행 세법상 공익재단에 재산을 출연(기부)하는 경우 세법에서는 재산을 출연 받는 재단에게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김씨는 눈이 둥그레져서 고회계사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어본다.

“공익재단이요? 흠. 비영리 문화사업을 하게 되면 당연히 공익재단으로 인정되어 세금절세혜택이 있는 것이 아닌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법상 공익법인이 아닌 일반재단도 많이 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재단법인을 설립하면서 자신의 단체를 공익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세법상 공익법인이 되려면 세법상 열거된 조건을 필히 충족시켜야 합니다.”

“만일 그러한 조건을 알지 못하여 공익법인이 아닌 일반재단법인으로 설립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요?”

“그런 경우에는 설립된 일반재단법인에게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습니다. 좋은 사업을 하려다가 오히려 세금부담이 커지는 셈이지요. 따라서 선한 사업을 진행하려는 분들은 재단법인을 설립하기 전에 목적사업을 정하면서 필히 세법상 공익법인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시는 게 좋습니다.”

“큰일날 뻔 했군요. 좋은 일을 하려다가 세금을 뒤집어 쓸 뻔 했군요. 고회계사님 한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세법상 절세혜택이 있는 공익법인을 설립하여 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하게 되면 세금면제혜택(상속세, 증여세)을 받더라도 재산을 남에게 주는 셈이 되므로 재산자체는 줄어들게 되는 것 같은데요…왜 부자들은 공익법인을 설립하여 기부를 하려는 걸까요?”

“그걸 이해하시려면 공익법인의 지배구조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가령,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주된 출연자가 재단의 이사장을 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자선사업 등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자신 명의의 재산이 줄어 들지만 세금도 절약하고 공익법인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가 되는 셈이지요. 가령, 상속세금을 최대50%까지 줄일 수 있으니 엄청난 혜택이지요.”

“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상속이 발생하기 전에 장학재단 등 공익법인을 만드는 거군요. 공익법인을 통해 절세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정부에서는 공익법인에 대한 세제지원이 탈세수단 또는 조세회피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고 공익사업이 본래의 목적대로 충실히 수행되도록 공익법인에 대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만일 조세회피사실이 밝혀지거나 공익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면제된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추징하게 되는 거지요”

“그렇군요. 절약된 세금으로 공익을 위해 봉사하라는 취지인 거군요. 아무튼 고회계사님이 아니었으면 엉뚱한 세금을 낼 뻔 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공익법인에 대한 연구를 하고 나서 법인설립작업을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씨는 고회계사의 상세한 설명에 마음이 뿌듯해져서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다. 이처럼 모아 놓은 재산을 큰 맘 먹고 기부할 때 재산의 무상이전에 대한 세금인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절세하면서 사회 공헌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그런데 젊은 시절 돈을 벌 때마다 기부를 생활화하면 얻게 되는 절세의 기쁨은 더 풍성하다는 사실이다.

A라는 의사가 50세부터 60세까지 소득세 과세표준금액이 ‘매년 2억 원+알파’라고 가정해보자. 50세인 A는 88백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 38.5%가 적용된다. 번 돈의 61.5%만 자기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매년 돈을 벌 때마다 1천만 원씩 기부를 한다면 현금흐름이 어떠할까? 1천만 원은 그의 호주머니를 떠나 그가 호의를 베풀고자 하는 이웃에게 흘러가고 그는 기부금공제 1천만 원을 적용 받아서 385만원의 절세혜택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그가 기부를 하지 않았다면 절세혜택은 놓쳤어도 그의 수중에는 소득세 385만원을 낸 후에 615만원이 그의 호주머니에 남아 있으니 호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더 두둑할 것이다. 하지만 인색했던 A는 나누는 기쁨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단기간인 1년만 놓고 본다면 기부를 하면 경제적으로 이익은 절대 아니다. 돈으로 측량할 수 없는 나눔의 기쁨만 있을 뿐.

우리나라 소득세법에는 기부금의 종류에 따라 전액 공제가 적용되는 법정기부금부터 소득금액의 일정비율 (30%, 10%)이 적용되는 지정기부금까지 다양하게 나열되어 있다. A의 소득금액이 2억 원이고 30% 지정기부금단체에 기부한다면 그의 연간 기부금공제한도는 2억 원*30%인  6천만 원이다.

! 기부를 장기적인 관점에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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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 A가 소득금액의 30%의 공제한도가 적용되는 지정기부금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10년 동안 미뤄왔다면 1년에 2억 원*30%=6천만 원 만큼의 기부금공제 한도 (10년 이면 6억 원의 총 한도)를 포기하고 10년 동안 소득세를 6억 원*38.5%=231백만원 만큼 추가로 납부하는 셈이다. 물론 그의 호주머니에는 소득세를 내고 남은 돈 369백만 원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A10년 후 은퇴하면서 뒤늦게 기부에 대한 마음이 동해서 6억 원을 일시에 기부하려 한다면 A가 꾸준히 기부를 해왔던 것과 어떻게 다를까?

60세 은퇴시점에 일시에 기부하는 6억 원 중 공제한도인 6천만 원 (은퇴직전 소득금액 2억원의 30%)만 절세혜택을 받을 수 있고 나머지 54천만 원은 이월되어 다음 연도에 소득이 있는 경우에만 절세혜택이 가능하다. 그가 은퇴하여 더 이상 소득이 없다면 절세혜택은 영영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꾸준히 기부해왔던 사례에 비해 오히려 54천만 원*38.5%=279십만원 만큼 현금을 잃어버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적인 기부가 장기적으로 유리한 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젊은 시절 남에게 돈을 나눠줄 만큼 여유롭지 못할지라도 돈을 벌 때마다 기부를 생활화하는 것이 뒤늦게 한꺼번에 하는 기부보다 더 나은 이유이다.

고득성 (공인회계사. SC제일은행 삼성PB센터. 아름다운재단 기부컨설팅 전문가 그룹)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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